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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

오늘부터 신령님

by Agnes아그네스 2024. 12. 6.

1기: 2012년 4분기 방영 애니메이션

2기: 2015년 1분기 방영 애니메이션

추억의 애니메이션 소환

내가 블로그에 남기는 애니메이션들 중에 유일하게 만화책으로 먼저 접한 작품이다. 만화책으로는 이야기가 완결이 났지만 2기까지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후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애니메이션으로 완결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뒷이야기가 OVA(Original Video Animation : TV에서 방영되지는 않고 비디오나 DVD로 발매된 애니메이션)를 통해서 몇 편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식으로 방영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서 보아야만 한다. OVA에서 이야기가 불완전하게 완결이 났다는 소식에 만화책으로 결말을 볼까 말까 고민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후르츠 바스켓]처럼 리마스터하면서 완결까지 제작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작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 보아도 깔끔한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에피소드들마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한 번 등장하고 끝나기보다는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가끔씩 얼굴을 비추기 때문에 반가운 느낌이 드는 캐릭터들이다. 이 애니는 지금까지 내가 다룬 다른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순정만화물이지만 남녀 주인공이 꽁냥 거리는 모습보다는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성장물 판타지물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순정만화인 만큼 남녀 주인공 사이의 감정 변화가 이야기 흐름에 주된 영향을 끼친다.

평범한 여고생이 신령님이 되었다

도박으로 빚을 지고 도망을 가버린 아빠 때문에 방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난 여고생 모모조노 나나미는 공원 의자에서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살벌하게 짖어대는 개를 피해 나무 위로 도망간 어떤 남자의 도와달라는 외침에 나나미는 그를 위해 개를 쫓아내 준다. 나나미에게 고마워한 후 나나미가 밤에 공원에 혼자 있게 된 이유를 알게 된 그 남자는 나나미에게 잘 수 있는 집을 소개해 주겠다며 지도 한 장을 건네준다. 사실 남자는 나나미에게 소개해 준 신사의 원래 주인인 미카게다. 나나미의 존재를 알고 있어서 일부러 접근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야기 전반에서 항상 나나미를 지켜보며 나나미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카게가 인연을 이어주는 신이기 때문에 남녀 주인공 사이의 인연을 맺어주기 위해 여러 일들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미카게에게 건네받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곳에는 낡은 신사가 있었다. 가면을 쓴 작은 요괴 둘이 나나미를 맞이했고 나나미가 토지신이 되었으며 이 신사의 주인이 되었다고 얘기해 주었다. 공원에서 만났던 미카게가 이마에 입을 맞추어 토지신의 표식을 나나미에게 넘겼던 것이다. 자신이 원래 모시던 토지신 미카게가 신사를 떠난 지 20년, 미카게의 기운을 느끼고 나타난 신사의 사자 토모에는 처음 보는 여고생 나나미를 보자마자 실망한다. 신사에서 하룻밤을 보낸 나나미는 이상한 꿈을 꿨다며 일어났다가 그 일들이 실제였음을 알게 된다. 토지신이 되어 신사의 잡일을 하던 나나미는 토모에와 티격태격하다가 토모에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고 그 말을 들은 토모에는 화를 내며 요괴들의 세상으로 놀러 가 버린다. 

나나미는 동자 요괴들에게 자신은 평범한 여고생이라서 토지신은 못할 것 같다며 신사를 떠나기 전 토모에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다. 동자 요괴 오니기리, 코타츠와 함께 요괴 세상에 간 나나미는 술집에서 자신에 대해 막말을 하는 토모에의 말에 화가 나서 혼자 밖으로 나가 버린다. 인간인 몸으로 토지신이 된 나나미를 맛있는 음식으로 여긴 요괴들이 쫓아와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오니기리와 코타츠의 부추김으로 나나미를 찾으러 나온 토모에는 요괴에게 잡아 먹힐뻔한 나나미를 발견한다. 입맞춤으로 토모에를 사자로 만들면 토지신의 명령에 절대복종할 수 있게 된다는 오니기리와 코타츠의 말을 들은 나나미는 토모에를 자신의 사자로 만들어 자신을 구하게 한다. 어쩌다가 나나미의 사자가 되어버린 토모에의 보살핌을 받으며 미카게 신사의 토지신으로서 살아가게 된 나나미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토모에를 향한 나나미의 마음

나나미는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토모에와 매일 티격태격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토지신으로 어디 내놓기 부끄러울 만큼 실력이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나나미를 향한 토모에의 잔소리와 간섭은 끊이지 않는다. 원래의 주인인 미카게가 떠나고 오랜만에 다시 주인을 모시게 된 토모에는 그간 외로운 마음이 컸는지 나나미를 향해 툴툴거리면서도 사자로서 주인을 모시는 책무를 훌륭히 해낸다. 그런 그의 보살핌을 받아서인지 토모에의 툴툴거림 뒤에 다정함과 자신을 향한 걱정이 깃들여 있다는 것을 느낀 나나미는 토모에를 믿고 의지하게 된다. 토지신인 것을 들켜서 나나미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토모에는 나나미를 구하고 토모에를 향한 나나미의 마음은 더 커져가서 자신이 토모에를 좋아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나나미는 토모에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가 차인 데다가 토모에를 납치한 용왕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가게 된 과거에서 토모에가 너무나 사랑했던 한 여인을 보고 질투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나나미는 자신은 토모에를 좋아하는데 토모에는 자신을 좋아해 주지 않는다고, 소중한 사람이 자신에게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한 것만 생각하며 우울해하고 수동적인 생각을 했던 것에 대해 반성한다. 앞으로는 토모에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겠다는 듯 눈이 반짝인다.

이렇게 외통수일 것 같은 관계로 보였지만 사실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다. 토모에의 질투심에 대해서. 토모에는 나나미에게 접근하는 텐구 쿠라마나 다른 신사의 사자 미즈키(미즈키 또한 주인을 잃고 외로워하다가 나나미를 구하기 위해 미카게 신사의 사자가 된다)에 대해 굉장한 경계심을 보이며 질투한다. 사자로서 주인을 지키는 것 이상의 감정이 느껴진다. 처음 나나미의 고백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인간과 엮일 생각 따윈 없었기 때문에 단칼에 거절한다. 하지만 계속 나나미와 함께 하며 그녀에게 스며든 토모에는 어느새 자신이 나나미를 너무나 소중히 여기고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물론 직접적으로 나나미에게 표현하지는 않는다. 토모에의 감정이 커져가는 모습을 나나미 몰래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토지신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다

순정만화지만 일단 주인공이 신령님이 된 것이 주 내용이기 때문에 토지신으로서 성장해 가는 나나미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나미는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신사의 신들처럼 원래 가지고 있던 신력은 없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신들과 다른 관점에서 누군가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늪공주 히메미코가 짝사랑하는 인간 코타로와의 인연을 이어주는 일을 훌륭히 해낸 것이다. 토모에는 수명이 긴 요괴가 인간과 엮이는 것에 극구 반대했지만 나나미는 히메미코의 진실된 마음을 보았고 그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나나미가 초반에 쓸 수 있는 힘은 백지부적뿐이었는데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상당한 실력을 갖게 된다. 초반에는 망설이는 코타로의 등을 밀기 위해 나무에 코타로라고 적은 백지부적을 붙이고 밀거나 쿠라마와 친구를 만나게 하기 위해 쿠라마를 공기로 인식하게 하는 등 꽤나 신박한 방법으로 부적을 사용한다. 2기에서는 부적을 이용해서 상당히 값진 명약을 얻고 황천에서 살아 돌아오는 등 큰 활약을 하고 있다. 

2기에서 나나미는 식신을 얻게 된다. 식신 마모루와 나나미가 함께 하면 상당히 큰 면적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 능력으로 학교를 정화하고 텐구의 마을을 구한다. 마모루와 나나미가 지나가는 길은 금빛으로 반짝이며 깨끗해져서 보는 것 만으로 정화되고 있음이 확 느껴진다.

나나미는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힘이 부족할지라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사용하고 온 마음을 다하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도 그 마음에 감응해서 함께 일을 해결해 나간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모든 일이 잘 해결되도록 하는 능력이 나나미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능력인 것은 아닐까.

나나미가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고 항상 웃고 씩씩한 이유가 2기 후반부에 나온다. 어려움 없이 컸을 리 없다는 것은 첫 화에서 집을 잃고 공원에 있었던 순간부터 알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나미는 더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그 힘든 일들에 불평하기보다는 씩씩하게 이겨내기로 마음먹고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았던 것이다. 북적이는 집에서 매일을 티격태격 대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나나미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의 행복을 빌게 된다. 

어서 완결을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