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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

요괴 아파트의 우아한 일상-결코 우아하지 않은 일상

by Agnes아그네스 2024. 11. 28.

2017년 3,4분기 방영 애니메이션 (총 26화)

이세계물이나 판타지물만 보는 이유

내가 쓴 리뷰들 목록이 이세계물들로 가득 차 있어 현시대 배경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찾다 보니 [카미쿠즈 아이돌]을 찾게 되었고 유령 이야기를 보다 보니 이 애니메이션이 떠올라서 간단한 기록을 남긴다. 사실 배경만 현대일 뿐 우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판타지물 애니메이션이다. 판타지물만 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애니메이션 특성상 판타지물의 생성이 쉬워서 그런지 요즘 작품들의 대부분이 판타지물이다. 판타지물이 아닌 이야기들은 대부분 학원물이나 순정물, 스포츠를 주제로 다룬 애니메이션인데 나에게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크게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차라리 요즘은 나도 죽으면 전생할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더 공감이 간다. 슬픈 이야기이다. 

한때는 추리물인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에 빠져서 정말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특히 [명탐정 코난]은 전편을 다 보고 일본에서 업데이트되는 대로 보고 모든 극장판을 섭렵할 만큼 열심히 봤었는데 어느 순간 시들해져서 보지 않은 이야기와 극장판이 꽤 많이 쌓였다. 나는 다른 일을 하면서 애니를 보는 편이기 때문에 새로운 애니를 보면 자꾸 이야기를 놓쳐서 뒤로 돌리기를 하다 보니 날 잡고 보려다가 보고 싶은 시기를 놓쳐버린 것 같다. 조만간 이 블로그에 [명탐정 코난] 극장판을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요괴 이웃과 함께 사는 아파트

[요괴 아파트의 우아한 일상]은 주인공이 왜 요괴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주인공인 이나바 유시는 갓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남학생이다. 3년 전 부모님께서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후 큰아버지 집에서 객식구로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유시는 고등학교를 기숙사가 있는 곳으로 선택했는데 기숙사의 화재로 인해 기숙사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 절망한다. 어떻게든 방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유시가 낼 수 있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고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보증인도 없었기 때문에 방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밤까지 방을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부동산 중개인들로부터 거절의 말들만 잔뜩 듣고 풀이 죽어 공원에 앉아있던 유시에게 굴러온 공과 그 공을 쫓아 다가온 한 남자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부동산이 있었다. 그 부동산 중개인은 유시의 예산에 맞는 방이 있다고 말해 준다. 부동산 중개인이 창고로 쓰고 있는 방이라 짐이 있는 것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사용가능하다는 말에 유시는 너무 기뻐하며 계약을 한다. 방이 싼 이유가 혹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냐는 유시의 말에 부동산 중개인은 두 손을 가슴 앞으로 올리며 이야기한다. 귀신 흉내를 내면서 '이게 나와'. 유시는 농담이겠거니 한다.

부동산 중개인이 안내해 준 아파트는 굉장히 오래된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방에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는 책장들과 책상이 놓여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잇시키 레이메이의 책을 보고 반가워하던 중 그 작가의 사진과 같은 사람이 방으로 들어와 신입인 자신을 반겨 주었다. 곧 여고생 아키네도 유시를 반갑게 맞아주며 이곳에 사는 게 정말 재미있을 거라고 이야기해 준다.

밥을 제공하는 아파트여서 저녁에 식당으로 간 유시는 썰렁한 식탁에서 혼자 밥을 먹다가 어느 순간 북적이는 식당과 마주하게 된다. 아파트의 음식을 먹은 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아파트의 주민들이 보이게 된 것이다. 소복을 입은 귀신도 있고 다양한 모습의 요괴들도 있고 귀여운 어린이 유령 쿠리와 강아지도 있었다. 다들 서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너무 놀라 얼이 빠진 유시는 인간인 잇시키와 아키네에게 귀신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이 아파트는 요괴 아파트고 그들은 이곳의 소중한 주민이라고 이야기하는 잇시키는 예리하게 눈을 뜨며 힘들면 이 아파트를 나가도 된다고 얘기한다. 지하라고는 믿기지 않는 크기의 큰 목욕탕, 손만 남은 주방장 루리코 씨가 만들어주는 맛있는 식사들. 계속 놀랄 일이 가득했지만 자신을 신입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있어 유시는 기숙사가 재건축될 때까지 남기로 마음먹는다.

신축 기숙사에서의 생활

요괴 아파트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정신없고 즐거웠다. 세상에는 다양한 존재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몰랐지만 영적인 힘을 가진 퇴마사라는 직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고생 아키네도 퇴마사로서 수련을 하고 있고 일이 많아서 가끔씩 아파트에 오는 류 씨가 등장할 때면 요괴들은 그의 존재를 느껴 숨을 죽일 정도였다. 영험한 힘을 가진 수호신도 있었고 저주에 묶여 자신의 자식을 쫓아다니는 악령도 볼 수 있었다. 진짜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삶에 대한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된 유시는 여름 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기숙사에 들어가게 된다.

요괴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밝고 깨끗했지만 요괴 아파트에서 느꼈던 정과 따뜻함은 없었다. 개인주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고 누군가 자신의 영역 안에 침범하는 것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유시는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모두들 함께 했던 요괴 아파트에서의 생활과 너무 다른 기숙사 생활에 유시는 자꾸 날 서게 되고 삐걱거리게 된다. 누군가와 대화가 나누고 싶어 찾아간 요괴 아파트는 예전의 북적이던 모습이 꿈이었던 것처럼 썰렁한 모습이어서 다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요괴 아파트에서 살면서 사람처럼 직장을 구해서 살고 있던 요괴 사토씨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요괴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꿈이 아님을 알게 된 유시는 안심한다. 오랜 세월을 산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된 유시는 마음속에 쌓였던 고민들이 해결됨을 느꼈다. 고민이 해결된 유시는 자신과 함께 사는 걸 싫어했던 사촌이 찾아와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자 마음에 있던 응어리들이 풀렸고 다시 요괴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더 스펙터클 해진 요괴 아파트에서의 생활

요괴 아파트로 다시 돌아간 유시는 활기찬 매일을 살게 된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헌책방씨를 처음 만난 유시는 그가 힘들게 구했다는 책들을 구경한 후 잠이 든다.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게 되는데 자신이 마도서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형편없는 마도서의 능력에 실망한 유시는 다시 잠을 청하고 아침을 맞이한다. 요괴 아파트로 돌아온 이후 마음의 여유가 생긴 유시는 연락이 뜸했던 소꿉친구 하세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만나게 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요괴 아파트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를 해줘야 할지 고민하던 유시와 하세는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게 된다. 곤란했던 타이밍에 꿈에서 본 줄 알았던 마도서의 안내인 풀이 나타나고 하세에게 신비한 힘을 들키게 된다. 하세의 아이디어로 마도서를 적절하게 사용한 유시 일행은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세는 요괴 아파트에 대해 알게 되고 주민들에게 딱 맞는 선물들을 잔뜩 싸와 하루를 보낸다. 그 후 틈만 나면 아파트를 찾아오고 방학 때는 유시 대신 방세를 지불하고 눌러앉는다. 후에 외전의 이야기를 보면 하세도 입주민이 된다고 한다. 

마도서의 주인이 된 유시는 힘을 키우기 위해 아키네로부터 수련을 받는다. 이 이후의 이야기부터는 마도서 안내인 풀이 자주 나온다. 학교의 선생님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마도서의 주인으로서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과 그 사건들에 대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로부터 삶에 대한 깨닮음을 얻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유시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직접 시청하기를 적극 권한다. 주의할 점은 주방장 루리코 씨가 만드는 음식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자주 나오기 때문에 보면서 허기짐이 생겨 배달앱을 키는 일만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