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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

[악역 영애 시리즈 4] 여성향 게임의 파멸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 영애로 환생해버렸다…

by Agnes아그네스 2024. 11. 13.

1기 : 2020년 2분기 방영 애니메이션

2기 : 2021년 3분기 방영 애니메이션

극장판 : 2023년 4분기 개봉(일본), 2024년 2분기 개봉(한국)

악역 영애 애니메이션의 시초라고 불리는 작품

악역 영애물 애니메이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악역 영애물의 시초는 라이트 노벨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인데 작가가 완결을 짓지 않고 잠적했다고 한다. [여성향 게임의 파멸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 영애로 환생해버렸다…]는 이야기가 완결되었고 가끔씩 외전이 나오고 있는 작품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악역 영애물의 시작이기 때문에 악역 영애물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여성향 게임에 푹 빠진 인물로 사고로 죽으면서 자신이 평소에 하던 게임 속 세계로 전생하게 된다. 어느 날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자신이 전생에 했던 게임 안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 영애라서 주인공과 주인공이 공략하는 대상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데 그 엔딩이 나쁜 결말만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는 절망한다. 

주인공은 공략 대상이나 게임에서 비중이 높았던 등장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 인물과 관련된 이벤트들과 그 결과들을 떠올리며 결과를 바꾸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데 이런 모습은 지금까지의 악역 영애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악역 영애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이 애니메이션부터 소개해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큰 아이가 여러 번 볼 때 옆에서 멍 때리면서 본 것만 여러 번이고 제대로 시간을 가지고 본 것은 단 한 번인 데다가 극장판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 마음속 순위에서 밀렸다. 큰 아이의 애니메이션 취향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주술회전], [귀멸의 칼날], [스파이 패밀리],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원펀맨], [토리코] 등 유명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도 평균 이상의 재미를 제공할 것이다. 

왈가닥 안하무인의 공작영애에게 찾아온 전생의 기억

카타리나 클라에스는 어린 시절부터 뭐든지 자기중심적인 공작가의 영애였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끝까지 떼를 쓰는 전형적인 악역 영애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제3왕자 디올드 스티아트와 함께 있다가 튀어나온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바닥에 이마를 부딪히는 일이 발생한다. 그 충격으로 잊고 있었던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다. 전생의 가족들, 나무를 타던 모습, 개에 쫓기던 모습 그리고 밤새 자신이 좋아하던 게임을 하다가 지각의 위기에 교통사고로 죽게 되는 모습들이 기억난 것이다. 

자신과 함께 있다가 다친 것이기에 디올드 왕자는 카타리나를 살펴보기 위해 병문안을 온다. 평소의 카타리나였으면 디올드 앞에서는 새침한 공작 영애의 모습을 연기하며 상처를 핑계로 디올드를 자신에게 속박시키기 위한 나쁜 마음을 먹었을 텐데 전생이 기억난 카타리나는 디올드의 사과에 오히려 자신이 모두를 걱정시켰다며 사과한다. 사과하는 카타리나의 모습에 디올드와 전속 시녀는 화들짝 놀란다. 카타리나는 혼자 다른 생각을 하다가 디올드 왕자의 약혼 제안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약혼을 하게 된다. 8살에 무슨 약혼이냐며 침대에서 뒹굴다가 비슷한 설정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바로 자신이 즐겨했던 게임 [Fortune Lover, 포춘러버]와 완전히 같은 설정이라는 것을 생각해 낸 카타리나는 자신이 그 게임의 악역 영애 카타리나 클라에스라는 것을 깨닫고 게임의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원래 게임의 주인공이 디올드 루트를 플레이할 경우 주인공이 해피엔딩이면 국외 추방, 배드엔딩이면 카타리나는 죽는다. 파멸엔딩이 기다리는 악역 영애로 태어난 이상 그 엔딩을 피하기 위해서 열심히 생각한다.

이 애니메이션이 다른 애니메이션과 다른 설정 하나는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카타리나의 머릿속에서 뇌내회의가 열린다는 점이다. 의장 카타리나, 소심한 카타리나, 행복한 카타리나, 강경한 카타리나, 성실한 카타리나가 원탁에 앉아서 안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전생의 카타리나가 공부를 잘하거나 똑똑했던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카타리나의 회의도 깊이가 있거나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딱 카타리나스러운 결론을 내린다. 그래도 그렇게 뇌내회의에서 정해진 결정에 최선을 다해서 이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파멸 플래그만 피하고 싶었을 뿐이야

카타리나는 파멸 엔딩을 피한 후 평범하게 남은 수명만큼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파멸엔딩이 떠오르고 그 엔딩을 피하기 위한 뇌내회의를 거쳐 결론을 내고 행동한다. 물론 뇌내회의 없이 일단 행동하는 행동파이다. 그리고 전생에서의 성격이 순수하고 덜렁거리는 스타일이었기에 전생의 기억을 찾은 시점부터 악역과는 멀어져 버린다. 카타리나는 나름 신경 써서 하는 행동들이 남들이 보기에는 어이없고 웃음 터지게 만들 만큼 엉뚱했기 때문에 원래 게임의 설정에서는 갈등을 빚던 캐릭터들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카타리나의 눈치 없음과 진실된 행동은 상처를 가지고 있던 캐릭터들을 치유해 주고 카타리나에게 푹 빠지게 만든다. 그래서 현재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카타리나를 모두가 좋아하게 되어 버려서 약혼자인 디올드 왕자는 애가 탄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카타리나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카타리나가 파멸 엔딩을 맞게 했던 카타리나의 의동생 키스는 카타리나가 파멸 엔딩을 피하고 싶어서 너무나 잘해 준 탓에 카타리나를 좋아하게 되고 눈치가 빨라서 항상 카타리나와 함께하며 카타리나에게 접근하는 다른 캐릭터들을 견제한다. 하지만 카타리나와 엮이는 인물들은 자꾸 카타리나에게 빠져서 카타리나의 곁에 모이고 모두들 친구가 된다. 

포춘 러버의 주인공을 만나다

카타리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15살에 마법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흙 소복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마법인 카타리나이지만 일단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동생 키스와 함께 학교로 가게 된다. 카타리나는 학교에 가는 것을 몹시 꺼리는데 그 이유는 학교에서 게임의 주인공인 소피아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게임의 공략대상인 디올드 왕자, 디올드 왕자의 쌍둥이 앨런 왕자, 카타리나의 의동생 키스, 그리고 재상의 아들 니콜 중 누구든 마리아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 카타리나는 파멸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게임에서는 상처를 가진 4명의 공략 대상들이 마리아와 만나면서 상처가 치유되고 잘 이어지는 흐름인데 그 4명은 이미 어린 시절 카타리나로 인해 상처가 치유되고 카타리나에게 빠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마리아와 엮일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을 통해 마리아가 과자를 구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과자를 너무 좋아하는 카타리나는 마리아에게 과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마리아는 카타리나에게 줄 머핀을 다른 영애들의 괴롭힘으로 바닥에 떨어뜨린다. 카타리나가 나타나서 다른 영애들에게서 마리아를 보호하고 바닥에 떨어진 머핀을 줍다가 자기도 모르게 다 먹어버린다. 마리아에게 너무 맛있다며 칭찬하는 카타리나로 인해 마리아는 기쁨을 느낀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마리아는 자주 카타리나에게 과자를 구워주며 행복해한다. 카타리나와 마리아는 파멸 엔딩으로 묶이는 관계가 아니라 진정한 친구 사이가 된다. 카타리나는 평민으로 드물게 마법을, 그것도 매우 드문 빛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리아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눈치가 정말 없는 카타리나는 재밌어

카타리나가 눈치가 정말 없고 바보이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눈치가 빠르고 영특한 인물이었다면 이만큼 재미있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카타리나이지만 계속 파멸 엔딩을 지속적으로 걱정한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절대 눈치채지 못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해하는 일들이 있는데 일이 잘 해결된다. 그리고 완전 행동파라서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그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지만 카타리나스러움으로 엉뚱하게 일이 해결된다.

이 애니메이션은 1기, 2기, 극장판까지 있어 다루는 에피소드가 많다. 각 캐릭터들이 만나면서 나오는 이야기 외에 중간중간 엉뚱한 다른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야기 책 속에 갇힌다거나 마법의 집에 들어간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런 곁다리 이야기들을 크게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애니를 여러 번 보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에피소드들에서 재미있는 카타리나와 주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취향에 맞다면 재미있게 시청 가능하다.